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등장한 ‘21세 창업가’의 광고…스타트업 전략의 미래를 말하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복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 중 하나에 흰색 배경에 단순한 문구가 걸렸다.

“hi i’m roy im 21
this was very expensive
pls buy my thing
cluely.com”

대문자도, 화려한 디자인도 없다. 오직 21세 창업자의 나이와 솔직한 호소가 전부다. 이 광고의 주인공은 미국 스타트업 ‘클루엘리(Cluely)’다. 창업자 로이 리(Roy Lee)와 닐 샨무감(Neel Shanmugam)은 컬럼비아대를 중퇴하고 회사를 세웠다. 이들이 개발 중인 서비스는 면접, 영업,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답변을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AI 오버레이’다.

일각에서는 “부정행위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창업자들은 “미래의 일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논란을 떠나 이번 광고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래의 기업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

광고판이 곧 전략
클루엘리의 광고는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다. 로이 리는 로고나 브랜드 슬로건 뒤에 숨지 않았다. 나이와 위험 부담, 그리고 직접적인 부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히려 세련됨을 배제한 메시지가 타임스스퀘어의 화려한 배경 속에서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제품·마케팅·문화의 융합
이번 캠페인은 기업 운영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제품 개발, 마케팅, 문화적 포지셔닝이 각기 다른 영역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클루엘리는 이를 하나의 실시간 순환 구조로 결합했다. 이 광고판은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창업 철학과 문화적 발언을 동시에 담고 있다.

속도가 새로운 경쟁력
타임스스퀘어 현장에서 광고를 본 행인들만이 대상이 아니다. 진짜 효과는 온라인에서의 확산이다. 사진과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수백만 명이 간접적으로 광고를 접한다. 이제 배포력은 ‘지리적 도달 범위’가 아니라 ‘속도’로 측정된다.

논란을 피하지 않는 태도
클루엘리는 자사 서비스가 “치팅(cheating)”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서사의 일부로 만들어 세상과 공유했다. 투명성을 기반으로 공개적으로 회사를 키우는 전략이다.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때로는 혼란스러운 과정조차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작고, 빠르고, 문화에 민감한 기업들
이 광고가 주는 시그널은 분명하다. 미래의 기업은 거대함이 아니라 속도, 문화적 감각, 그리고 제품과 서사를 결합하는 능력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주의를 끌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경영 모델이 되고 있다.

로이 리의 타임스스퀘어 광고는 농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 택해야 할 전략적 현실이 담겨 있다. 그 메시지는 단순하다. “나는 21살이다. 이건 비쌌다. 내 것을 사 달라.” 하지만 업계에 던지는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