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다시 주목받는 옥외광고: DOOH 플랫폼 블립의 실험이 바꾼 고정관념

디지털 빌보드 플랫폼 블립(Blip)이 전통적인 옥외광고(OOH)에 대한 산업계의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실험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직접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만 적합하다’는 오랜 편견 아래 저평가돼온 옥외광고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검색광고를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블립은 언제든, 어떤 예산으로든 누구나 손쉽게 디지털 빌보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셀프 서비스형 광고 플랫폼으로, 미국 전역 3,700개 이상의 디지털 빌보드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 이 회사는 “전통적인 옥외광고 시장에서 전체 기업의 98%가 사실상 배제돼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를 기술 기반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 아래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번 실험은 바로 그 목표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사례다. 블립은 구글 광고에 2만 달러를 투입해 97명의 신규 사용자를 유치한 것과 동시에, 단 하나의 디지털 빌보드 광고를 통해 445명의 신규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성과 비교만 놓고 보면 4배 이상 높은 결과다.

광고 방식은 단순했다. 기존에는 인터넷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웹사이트 주소(URL)를 만들고, 이 주소를 오직 디지털 빌보드에만 노출시켰다.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색상 대비를 활용해 ‘두 음절로 된, 오타 없이 입력 가능한 도메인’을 빨간 버튼 위에 검정 글씨로 표시했다. 그리고 이 주소를 통해 유입되는 실제 계정 생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신규 계정 중 14.06%가 이 광고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단순한 노출이나 클릭이 아니라, 실제 제품 사용을 위한 회원가입이라는 '행동 기반 데이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블립 관계자들은 “이게 진짜 맞는 수치냐”며 데이터를 다시 확인했을 정도로 놀라운 결과였으며, 이 실험 하나만으로도 옥외광고의 직접 반응 효과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블립은 특히 기존 OOH 업계가 여전히 1990년대 기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QR코드도 없고 스마트폰 보급도 전무했던 시절에는 옥외광고를 통한 반응 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오늘날 소비자들은 신호 대기 중에도 URL을 검색하거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즉각 반응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업계는 여전히 “옥외광고는 측정 불가능한 매체”라는 구태의연한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블립은 이 같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마케터가 동일한 키워드에 입찰하며 제한된 수요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 옥외광고는 저평가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며 “진짜 기회는 새로운 채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채널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측정하고 활용할 때도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넘어, 옥외광고의 가능성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제한된 마케팅 자원을 가진 광고주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옥외광고에 접근하고,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적지 않다.

한때는 ‘브랜드 인지도 전용 매체’로만 인식됐던 옥외광고가,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성과형 매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광고 시장의 다음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