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지하철역서 음성 인식 게임을 통해 젊은 층에 금연 메시지를 전달했다.
싱가포르 노스이스트라인(NEC) 세랑군(Serangoon) 역에서는 최근 평범한 출근길과는 다른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싱가포르 보건증진청(HPB)이 무브미디어(Moove Media), TBWA그룹 싱가포르와 함께 진행한 ‘DON’T TOY WITH YOUR LIFE’ 캠페인이 역내 광고 공간을 음성 인식형 게임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게임 규칙은 단순하지만 절대적이다. 전자담배를 권유받았을 때 “No”라고 말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은 Z세대와 청소년층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전자담배의 매력을 차단하기 위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놀이 요소를 결합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방식을 채택했다.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줄을 서서 게임을 체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이를 계기로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와 전자담배의 위험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무브미디어 마케팅 총괄 말콤 왕(Malcolm Wang)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를 단순한 재미로만 볼 수 없다”며 “세대를 아우르는 대화가 시작된 것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전자담배 전면 금지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달콤한 맛, ‘기존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 탓에 젊은 층의 호기심을 완전히 꺾기는 쉽지 않다. TBWA는 전자담배 브랜드들이 즐겨 사용하는 장난감 같은 패키지 디자인을 차용하면서도, 그 이면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전략을 사용했다.
싱가포르 광고 업계 관점에서 이번 사례는 옥외광고(OOH)가 정적인 전시를 넘어 체험형·상호작용형으로 진화하는 흐름을 잘 보여준다. 특히 대중교통 허브에서 음성 인식과 게임 요소를 결합한 캠페인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공간에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며, 보다 깊은 메시지 전달과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상업광고뿐 아니라 공익 캠페인에도 적용 가능한 포맷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공익 캠페인은 단순한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브랜드 경험에 버금가는 몰입형 체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청소년층은 일방적인 교훈형 메시지에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큰 만큼, 놀람·재미·도전 요소를 결합한 체험형 방식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이번 시도는 공공기관이 최신 OOH 기술과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결합해 세대별로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 사례로, 옥외광고의 사회적 역할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