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낙서가 예술로 재탄생하다... 투르 드 프랑스서 여성 대회 알리는 창의적 미디어 전략 눈길

이현

2025-07-31 - 5분 걸림

매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도로 곳곳에는 수백 개의 남근 낙서가 등장한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35억 명에 달하는 TV 시청자에게 이 장면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헬리콥터 중계 전 낙서를 지우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이 문제를 전담하는 인력팀 ‘더 이레이저 맨(The Eraser Men)’까지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이 조직의 패트릭 당쿠완(Patrick Dancoisne)은 “선수들이 느리게 달리는 산악 구간에서는 유독 큰 물건들이 눈에 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동차 브랜드 ‘슈코다(Škoda)’는 이를 단순히 숨기기보다는 예술로 바꾸는 시도를 택했다. 남성 대회 직후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 팜(Tour de France Femmes)’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슈코다는 남녀 대회에 총 220대의 전기차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중 ‘221번 차량’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여성 사이클링의 성장을 응원하는 ‘심볼’로 등장했다.

슈코다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글로벌 스트리트 아트(Global Street Art) 및 글루 소사이어티(Glue Society)와 협력해, 이른바 ‘BDE(Big Dick Energy)’를 전시적 에너지로 전환했다. ‘이레이저 맨’을 도와 이 낙서들을 예술로 바꾸는 작업을 수행한 이들은 모두 여성 아티스트로 구성된 팀이었다. 이들은 221번 차량을 타고 대회 코스를 따라 이동하며 낙서를 ‘예술작품’으로 즉석에서 변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경기 도중 펠로톤(선두 무리)이 도착하기까지 단 몇 초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 모양은 자전거 바퀴로, 헬멧은 사이클 헬멧으로 재탄생했다. 대규모 남성 대회를 역이용해 여성 대회에 대한 시선을 유도한 이 전략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이들의 작품은 유로스포츠(Eurosport) 등 다양한 채널의 생중계 화면에 그대로 노출됐고, 글로벌 해설자들은 이 캠페인의 의미를 언급하며 ‘투르 드 프랑스 팜’ 시청을 독려했다.

매년 반복되는 남근 낙서는 투르 드 프랑스의 오랜 골칫거리였지만,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창의적으로 전환한 슈코다의 캠페인은 단순한 장면 가리기가 아닌 '의미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성적 상징물이 여성 스포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예술로 변형되며, 남성 중심의 무대에 여성 대회의 메시지를 새기는 장면은 단순한 낙서 정비를 넘어 사회적 발언으로 이어진다. 여성 아티스트들이 주도하고,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이 개입은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그 결과 기존의 남성 중심적 서사를 역이용해 여성 스포츠의 가시성과 존재감을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캠페인은 젠더 감수성과 창의성이 결합된 이례적인 미디어 전략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