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빌보드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단지 렌트했을 뿐...
미국의 의류 렌탈 구독 서비스 누울리(Nuuly)가 최근 선보인 옥외광고(OOH) 캠페인이 현지 광고 시장에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캠페인의 대표 이미지는 단순하면서도 재치 있는 메시지를 통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캠페인 속 빌보드는 좌측에 “We don’t own this billboard, we just rented it for the month(우리는 이 빌보드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단지 한 달 동안 빌렸을 뿐입니다)”라는 문구를 배치했다. 이 문장은 광고판조차 소유하지 않고 일정 기간 임대했다는 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누울리의 서비스 철학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빌보드 하단에는 누울리의 로고가 깔끔한 박스 안에 자리 잡아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우측에는 다양한 색상의 옷이 담긴 캐리어 가방 이미지가 삽입돼 월 단위 의류 렌탈 모델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누울리는 소비자가 매달 원하는 옷 6벌을 선택해 빌려 입고 반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빌보드 캠페인은 자사 서비스의 핵심 개념과 광고 매체 구매 방식을 그대로 광고 메시지에 투영해, 보는 이들에게 호기심과 공감을 동시에 자아냈다. ‘빌보드조차 빌렸다’는 직설적인 표현은 옷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활용하는 ‘렌탈 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패션과 지속가능성에 민감한 2030세대를 겨냥한 이번 캠페인은 현대적인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며, 마케팅적으로 성공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북미 광고시장의 화두는 위트, 솔직함, 투명성이다. 소비자들은 과장되거나 상투적인 광고보다 진솔한 메시지에 강한 호응을 보이고 있다. 누울리의 캠페인은 광고라는 행위 자체가 ‘임대’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글로벌 OOH 광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어 업계 내 파급력이 크다.
특히 D2C(Direct to Consumer) 브랜드에게 옥외광고는 단순한 인지도 확산을 넘어, 브랜드 철학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누울리는 한 달 단위 광고판 임대라는 비즈니스 행태와 자사의 의류 렌탈 모델을 동일선상에 놓으며, 창의적이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광고 전략을 구현했다.
최근 가전, 자동차를 넘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도 렌탈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누울리의 캠페인은 직관적인 메시지 전달과 미디어 크리에이티브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 광고주는 미디어 구매와 메시지 전략을 유연하게 조율하며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