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OOH 업계의 ‘바벨탑’ 문제...공통 언어 부재가 전체 성장을 저해한다
오늘날 미국 OOH 업계는 바벨탑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바벨탑’ 이야기가 등장한다. 노아의 후손들이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며 단결해 하늘에 닿는 거대한 탑을 쌓으려 하자, 신은 그들의 단합을 위협적으로 여겨 언어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한다.
이 고대 성서의 이야기가 오늘날의 옥외광고(OOH) 산업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약 100년 전 미국 OOH 업계는 ‘교통감사국(Traffic Audit Bureau for Media Measurement)’을 설립했다. 현재의 지오패스(Geopath)로 불리는 이 비영리 조직은 OOH 광고의 도달률(reach)과 빈도(frequency) 측정을 표준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광고주와 매체사는 특정 광고판에서의 노출이든, 다른 사업자의 광고판에서의 노출이든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될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치 바벨탑을 쌓아 올리듯, 미국 OOH 업계는 하나의 공통 언어를 기반으로 성장해 나갔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OOH 업계는 바벨탑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의 미국 OOH 업계는 디지털 기술 발전과 다양한 광고 포맷의 도입으로 더욱 복잡해졌다. 수많은 데이터 제공업체, 매체사, 광고주, 광고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미국 OOH 업계를 통합하는 공통 측정 기준이 사라졌다. 이제는 모든 업체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결과적으로 미국 OOH 업계 전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매체사는 자사 광고 자산의 도달률과 빈도를 최대로 보이게 하는 측정 방식을 찾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광고주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검토하면서도 CPM(1,000회 노출당 비용)을 낮추려 한다. 측정업체들은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차별성을 강조하며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 한다.
이처럼 모든 주체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업계의 공통 언어가 사라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가 성장하려면 광고 매체가 명확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의 혼란스러운 환경은 이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표준 수립이 시급하다
미국 OOH 업계가 해결해야 할 주요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 어느 방식이 더 나은지에 대한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업계가 하나의 공통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 정체를 피할 수 없다.
1. OTS vs. LTS: 어떤 노출 기준을 사용할 것인가?
OOH 업계에서는 ‘기회 노출(Opportunity to See, OTS)’과 ‘실제 노출(Likelihood to See, LTS)’ 중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OTS는 광고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전체 관객을 기준으로 하며, 이는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측정 방식이다. 예를 들어, 닐슨(Nielsen)은 TV 시청률을 측정할 때, 시청자가 휴대폰을 보거나 자리를 비웠는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미국 미디어평가위원회(MRC)도 OOH 광고의 기본 측정 방식으로 OTS를 인정했다.
반면, LTS는 OOH 광고의 특수성을 반영해 실제로 광고를 본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측정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두 접근법 모두 장점이 있지만, 현재 OOH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가 OTS만을 사용하고, 또 다른 업체는 LTS만을 사용하면서 어떤 기준이 적용되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2. 0+ vs. 18+: 광고 노출 연령 기준 문제
광고 노출 인구를 전체(0세 이상)로 측정할 것인지, 성인(18세 이상)으로 제한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0+ 기준을 주장하는 측은 전체 인구를 포함하는 것이 광고 도달률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본다. 반면, 18+ 기준을 선호하는 측은 대부분의 광고주가 성인을 타깃으로 하므로 실질적인 마케팅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어떤 업체는 0+ 기준을 적용하고, 다른 업체는 18+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광고 효과 분석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3. 표준화된 가시권(Viewshed) 정의 필요
OOH 광고의 도달률과 빈도를 측정할 때, 특정 광고판이 노출되는 범위(viewshed)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각 측정업체들은 나름의 논리를 바탕으로 가시권을 설정하지만, 같은 크기의 광고판이라도 업체마다 측정 방식이 다르면 결과값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광고 구매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CPM 비교를 어렵게 만든다.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바벨탑’ 문제
이러한 측정 기준의 차이는 프로그래매틱 광고(자동화된 광고 거래)에서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하나의 광고판이 OTS 0+ 기준으로 측정되었을 때와 LTS 18+ 기준으로 측정되었을 때, 동일한 화면이지만 노출 수치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광고 입찰(exchange)에서는 두 방식이 동일한 기준으로 경쟁하게 된다. 결국, 광고주는 각기 다른 기준으로 측정된 데이터를 비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는 공정한 거래를 어렵게 만든다.
과거 지오패스가 OOH 광고 도달률과 빈도를 측정하는 유일한 기관이었을 때, 업계는 표준화된 기준을 갖출 수 있었다. 물론 단일 측정기관 체제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업계가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하나의 기관이 모든 포맷을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현재처럼 여러 업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황은 최악의 선택지다. 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벨탑 이야기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다시 한 번 공통된 언어를 만들지 않는다면, 업계 전체가 성장 정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인터섹션의 측정 방식은?
인터섹션(Intersection)은 지오패스 회원사로, 대부분의 도달률·빈도 측정에서 지오패스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지오패스가 제공하지 않는 특정 광고 포맷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다른 데이터 제공업체들과 협력해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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