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영국 전역 디지털 옥외광고 통해 시위권 탄압 문제 제기

이현

2025-07-14 - 6분 걸림

그린피스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엘비스가 영국 내 시위권 제한에 맞서기 위해 공동으로 옥외광고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들은 ‘이 광고판은 체포할 수 없다(They can’t arrest this billboard)’라는 이름의 전국 디지털 옥외광고(Digital Out of Home, DOOH) 시위를 통해, 시위 참여자들이 실제 거리 대신 광고판 안에서 시위를 펼치는 모습을 선보이며 현재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권 침해 현실을 정면으로 조명했다.

이번 캠페인은 7월 3일 영국 버밍엄과 맨체스터 도심, 런던 웨스트필드 스트랫포드 시티(Westfield Stratford City) 내 고밀도 유동인구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대형 디지털 광고판에 등장한 6명의 주요 활동가는 ‘체포당하지 않기 위해 이 안에서 시위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으며, 각각 자신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사회적 이슈를 대변했다.

참여 인사는 △흑인 인권운동가 겸 작가 젠 리드(Jen Reid), △팔레스타인 인권운동에 참여한 배우 칼리드 압달라(Khalid Abdalla), △공공의료 옹호운동에 참여 중인 의사 헬렌 솔즈베리(Helen Salisbury), △장애인 권익단체 활동가 앤디 그린(Andy Greene), △기후운동가이자 그린피스 UK 이사 앤드루 맥팔랜드(Andrew McParland), △환경운동에 힘쓰는 학자 사하니카 라트나야케(Sahanika Ratnayake) 등이다.

옥외 광고판을 따라 걷는 시민들은 실제 시위 현장처럼 다양한 활동가를 순차적으로 마주하게 되며, 각 광고에는 QR코드가 삽입돼 현행 ‘범죄 및 치안 법안(Crime and Policing Bill)’ 하에서 위협받고 있는 시위 관련 권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캠페인은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Amnesty International UK), 프렌즈 오브 더 어스(Friends of the Earth), 리버티(Liberty) 등과 파트너십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2022년 이후 통과된 두 건의 주요 법률로 인해 후퇴한 시위권 복원을 요구하는 사회적 움직임의 일환이다.

또한 이 캠페인은 디지털 옥외광고의 표현 한계를 뛰어넘는 대담하고 독창적인 비영리 작품에 수여되는 오션 아웃도어 (Ocean Outdoor)의 연례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컴피티션(Digital Creative Competition)에서 비영리 부문 금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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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아웃도어의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컴피티션은 매년 개최되는 콘테스트로, 디지털 옥외광고(DOOH)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 자격은 단 하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상작으로 선정되면 오션 아웃도어의 대표적인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실제로 광고가 집행되며, 이 과정에서 높은 소셜 미디어 파급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린피스 영국지부 캠페인 크리에이티브 총괄 자넷 홀(Janette Hall)은 “시위할 권리는 민주주의의 핵심이지만, 이 권리가 눈에 띄지 않게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며 “광고판을 ‘체포당하지 않고 시위할 수 있는 마지막 공간’으로 설정한 이번 캠페인은 정부에 의해 침묵당하고 있는 이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조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엘비스의 대표이자 지속가능성 총괄 캐롤라인 데이비슨(Caroline Davison)은 “평화로운 시위가 어느새 범죄처럼 취급받고 있는 현실을 많은 시민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캠페인은 사람들로 하여금 시위권의 위기를 직시하게 만들고, 실제 거리에서 함께 걷는 것과 광고판 속 가상의 시위가 결코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광고 매체사 오션랩스(Ocean Labs UK)의 멜라니 블러드(Melanie Blood)는 “시대가 달라지면 표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며 “이번 옥외광고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고든다”고 평가했다.

블랙라이브스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가 젠 리드는 “반인종차별 운동은 오래전부터 경찰의 권한 남용에 시달려왔다”며 “민주주의 권리가 특정 집단에 적용되지 않을 때, 이는 정치인과 경찰의 억압 도구가 되며 결국 모든 사람의 권리를 위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DOOH 캠페인을 SNS와 연계해 참여 활동가 및 시민과의 인터뷰 콘텐츠를 공유하고, 시위권 보호를 위한 정부 청원 서명 캠페인도 병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