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옥외광고, 디지털 광고 회상률의 2.5배… 유머로 승부

치폴레(Chipotle)의 장난스러운 홀스타인 소들이 올여름 북미 도심 한복판을 점령했다. 토론토 영-던다스 스퀘어와 워싱턴 D.C. 유니온 스테이션에 등장한 대형 소 조형물은 ‘소들의 여름(Summer of Cows)’이라는 이름의 옥외광고 캠페인을 상징했다. 유머와 기발한 비주얼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시도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시선을 다시 현실 공간으로 끌어내며 옥외광고(OOH)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캠페인은 대형 조형물과 익살스러운 그래픽, 브랜드 특유의 해학적 어조를 결합해 압도적인 시각 효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두 도시는 관광객과 통근객 유동이 가장 많은 랜드마크로, 광고 노출 효과가 극대화되는 곳이다. 옥외광고 업계 조사에 따르면 유머와 창의성이 결합된 창의적인 OOH 캠페인이 일반 디지털 배너나 정적 빌보드보다 약 2.5배 높은 회상률을 기록한다는 분석도 있다. 힐스 애드버타이징(Hills Advertising)의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도달·빈도 전략에 대담한 창의성을 접목한 OOH 캠페인은 주목도를 극대화하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도심 랜드마크를 활용한 이번 전략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팬데믹 이후 주요 브랜드들은 단순 도달 빈도보다 감정적 공감과 문화적 파급력을 중시하며 옥외광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도쿄와 뉴욕에서 공개된 코카콜라의 3D 빌보드, 나이키의 체험형 설치물도 같은 흐름이다. 수백만 명이 오가는 공간에서 ‘보는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 짧게 스쳐 지나가는 모바일 광고보다 여전히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치폴레의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패스트푸드 문화 속에 깊이 각인된 마스코트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Eat Mor Chikin(닭고기를 더 먹자)’ 캠페인으로 유명해진 이 소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브랜드 자산이자 독창적인 메시지 전달 수단이다. 업계가 디지털 영상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집중하는 현실에서, 치폴레는 오히려 유희적이고 체험적인 옥외광고의 힘을 강조했다.

이번 사례는 한국 광고 업계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서울 강남역이나 코엑스 일대처럼 유동량이 높은 도심 거점에서 다양한 매체가 활용되고 있으나, 치폴레 사례는 높은 비용보다 유머, 스케일, 그리고 강력한 인지 요소가 실제 소비자 반응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디지털과 전통 매체의 균형을 모색하는 글로벌 광고 시장 속에서 치폴레의 ‘소들의 여름’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옥외광고는 단순한 노출 채널을 넘어, 스크롤로 넘길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할 때 비로소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결국 소비자의 기억을 붙잡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공식은 여전히 분명하다. 유머와 창의성은 기억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