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장면 담긴 호크니 포스터, 파리 지하철서 퇴짜…예술 표현과 공중보건 규제 충돌

프랑스 파리 지하철 당국이 예술 표현의 자유와 공중 보건 규제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는 논란에 휘말렸다. 루이비통 재단에서 열리는 세계적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회고전 홍보 포스터를 지하철 광고물로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포스터에는 87세의 호크니가 담배를 들고 앉아 있는 자화상이 포함돼 있었다.

전시는 오는 4월 9일부터 8월 31일까지 ‘데이비드 호크니 25: Play within a Play within a Play and Me with a Cigarette’라는 제목으로 열릴 예정이며, 해당 포스터는 전시를 홍보할 주요 이미지로 기획됐다. 그러나 파리교통공사(RATP)의 법무팀은 1991년 제정된 프랑스의 ‘로이 에뱅(Loi Évin)’ 법을 근거로 해당 이미지 사용을 불허했다. 이 법은 공공장소에서의 모든 형태의 담배 광고, 간접 홍보까지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번 결정의 아이러니는, 같은 이미지 내에 포함된 호크니의 그림—역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묘사한 예술작품—은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적 해석의 기준이 실제 사진과 그림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 것이다. 이는 규제가 예술적 표현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호크니는 이에 대해 “완전한 광기”라고 반발했으며, 전시 큐레이터인 노먼 로젠탈(Norman Rosenthal)도 “파리는 자유와 혁명의 도시인데, 이번 조치는 그 정신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예술 검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에는 런던 지하철이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누드 드로잉이 담긴 비엔나 전시회 홍보 포스터의 게재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비엔나 관광청은 해당 이미지에 검열 바를 덧붙이고 “죄송합니다, 10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너무 대담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반응했다.
지하철 광고는 대중과 예술을 연결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례들은 도시 공공장소에서 예술적 자유, 공공 정책, 문화적 기준 간의 균형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다시금 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