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옥외광고 시장의 디지털 전환,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로 확장한다. – 최재원 에스엠엘케이 대표

수작업 중심, 비표준화, 비효율. 에스엠엘케이(SMLK) 최재원 대표가 진단한 기존 옥외광고 산업의 구조다. 그는 “한국에는 수천 개의 옥외광고 매체가 존재하지만 매체 바잉 제안서는 여전히 사람 손으로 엑셀과 PPT를 반복하고 있고, 효과 측정은 데이터 부족으로 제대로 측정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광고주의 예산 편성부터 대행사·매체사의 운영까지 전반에 비효율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SMLKOMS(SMLK OOH Media Suite)’라는 플랫폼으로 구체화됐다.

SMLKOMS는 옥외광고의 기획·제안·집행·성과분석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표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광고주는 원하는 지역, 타깃, 캠페인 목적만 입력하면 AI 기반 시스템이 가장 적합한 매체를 추천하고, 자동으로 제안서와 집행플랜을 생성한다. 캠페인 종료 후에는 매체별 노출 예상치와 도달률, 예산 효율 분석이 포함된 결과 리포트가 자동 제공된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데이터 기반으로 옥외광고를 집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완결형 솔루션’”이라는 것이 최대표의 설명이다.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장점은 속도와 명확성이다. 수일 이상 걸리던 제안서 작성이 3분 이내로 단축되며, 생활인구, 교통량, 유동인구 등 정량 데이터 기반의 전략 제안서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이는 광고주에게는 ‘왜 이 매체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되고, 매체사와 대행사에게는 설득력을 갖춘 신속한 제안 기회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무엇보다 객관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고 최 이사는 전했다.

아직 개발 중인 기능 가운데 고객들의 기대가 높은 항목은 ‘시뮬레이션 기능’이다. 예산 1억 원과 10억 원일 때의 효율 차이, 동일한 예산의 A안과 B안 중 어떤 전략이 더 효과적인지를 사전에 분석해 캠페인 전략 수립을 도와준다. SMLKOMS는 현재 10만 개 이상의 매체 정보를 기준 데이터로 적용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다.

글로벌 확장성도 주목할 만하다. SMLKOMS는 AI 기반 다국어 자동 번역 기능을 지원해, 해외 클라이언트 대응과 언어별 제안서 및 리포트 제공이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 일본, 싱가포르에 위치한 광고대행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일본과 슬로바키아의 대행사와도 글로벌 캠페인을 수행했다. 해외 매체 구매대행 업무도 함께 수행 중이다.

무엇보다 SMLKOMS는 옥외광고의 ‘효과 측정’을 수치화하려는 시도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통신사 기반의 생활인구와 교통량 데이터를 활용해 매체 커버리지, 도달률, 예상 노출량 등을 시각화하며, 캠페인 종료 후에는 예산 대비 효율성과 인사이트가 담긴 보고서를 제공한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글로벌 스탠다드 옥외광고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현재 벤처기업 인증, 연구개발전담부서 운영, 특허 출원 1건과 저작권 12건을 보유 중이다.

플랫폼 도입을 앞두고 매체사나 광고주들이 자주 묻는 질문은 ‘수많은 매체를 어떻게 업데이트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이사는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처럼 정보 수집과 업데이트는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갖고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자동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옥외광고 업계의 회의론에 대해서는 “과거 나스미디어 재직 시 가로변쉘터, 지하철 광고 등 다양한 매체의 판매관리 시스템의 기획·개발·운영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모델을 다각화했다”고 말했다.

최대표는 플랫폼 도입이 옥외광고 업계의 인력 대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기존 대행사나 매체사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수작업을 줄이고 설득력 있는 전략과 영업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협업을 시작한 파트너들로부터는 “일이 더 쉬워졌고, 더 많은 건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피드백이 이어지고 있다. 반복적인 제안요청에 대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향후 SMLKOMS가 가져올 한국 옥외광고 업계 내 변화에 대해 최 대표는 “기획자는 전략과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영업담당자는 근거 있는 데이터로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에 맡기고 조직의 전문성과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옥외광고 시장은 온라인 광고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으며, 옥외광고 업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전환이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에스엠엘케이는 단순한 광고회사라기보다는 옥외광고 인프라를 설계·운영하는 기술 중심 기업을 지향한다. 세계옥외광고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옥외광고 시장에서 2024년 기준 한국은 8위 시장 규모이며, 특히 서울은 인구 밀도와 매체 밀집도, IT 인프라 측면에서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최 이사는 “최고의 한국형 OOH Tech 사례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OOH 시장의 구글을 꿈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