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2년 만에 전기차 충전 볼타 사업 전면 중단…EV·디지털 OOH 융합 비즈니스 모델 좌초


쉘(Shell)이 2023년 인수한 미국 전기차(EV) 충전·디지털 옥외광고(Digital Out-of-Home, DooH) 스타트업 볼타(Volta)를 약 2년 만에 전면 폐쇄한다. 미국 광고 전문매체 애드익스체인저(AdExchanger)에 따르면 쉘은 2025년 말까지 미국 전역 2,000곳 이상의 볼타 충전소 네트워크를 해체할 계획이다. 이로써 충전 인프라뿐 아니라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던 디지털 스크린 네트워크도 함께 종료된다.

볼타는 EV 충전소 상단에 대형 디지털 광고 스크린을 결합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았다. 마트, 쇼핑몰, 대형 상업시설 주차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된 충전소에서 차량 소유자에게 무료 또는 저가의 충전을 제공하고, 그 비용을 광고로 충당하는 구조였다. 한때 미국 35개 주에서 3,000곳 이상의 사이트를 운영하며 업계 선두권에 올랐으나, 적자가 누적되면서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2024년 말 기준 연간 영업손실은 약 1억4천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외광고와 전기차 충전이라는 수익 모델은 실제 운영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충전소 특성상 차량은 일정 시간 머물지만 광고 도달률은 제한적이었다. 광고주 입장에서 프리미엄 미디어로서의 효용성도 낮았다. 광고 수익만으로 고정비와 유지비를 충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쉘은 매각이나 사업 전환을 시도했으나 무산되면서 청산을 결정했다.

비슷한 사례는 유럽에서도 나타났다. 독일 스타트업 넘밧(Numbat)은 2023년 유럽 전역에 EV+DooH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1억4천만 유로를 조달했지만, 불과 1년 만에 구조조정과 함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기술적 문제와 인허가 지연, 낮은 충전소 가동률 등이 발목을 잡았다.

옥외광고 업계에서는 EV 충전 인프라를 새로운 매체로 주목했으나, 실제 운영에서는 유동인구, 매체력, 투자 회수 기간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도 정부 주도로 EV 충전 인프라 확대와 OOH 미디어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외 사례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 필요성을 시사한다.

쉘의 결정은 에너지 기업이 디지털 광고·모빌리티 융합 분야에서 ‘본업 회귀’를 선택한 사례로 해석된다. 향후 EV와 옥외광고의 접점은 대용량 고속 충전기, 브랜드 전용 채널, 리테일 제휴 등 실질적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기술과 미디어 혁신보다 견고한 수익 구조와 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한 실용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